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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와 나 사이

메아리1153 2012. 3. 18. 09:34

 
   




아내와 나 사이 / 이생진





아내는 76이고
나는 80입니다.

지금은
아침저녘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
걸어 가지만
속으로 다투기도 많이
다툰 사이입니다.

요즈음은
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.
나는
창문을 열러 갔다가
창문 앞에
우두커니 서 있고,
아내는
냉장고 문을 열고서
우두커니 서 있습니다.

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
기다리는 것입니다.
그러나
기억은 서서히
우리들을 떠나고
마지막에는
내가
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
그가
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
올 것입니다.

서로 모르는 사이가
서로 알아 가며 살다가
다시
모르는 사이로 돌아 가는
세월...
그것을 무어라 하겠습니니까?

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.




♬ only Yesterday - Isla Grant ♬


햇살 한줌. 음악 한소절. 나뭇잎 하나.
넘실대며 다가오는 향기로운 바람.
그 모든 정경 속에서의 커피 한잔.
숨쉴 때마다 희망을 간직한다면

숨쉬는 모든 순간이 행복입니다.
희망이 곧 행복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