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빈 잔에 축복을

메아리1153 2012. 3. 11. 00:22

 

*빈 잔에 축복을*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 정옥

 

무명 단치마

인조 홑저고리

빛바랜 나들이 옷 한벌로도

따뜻함을 느끼고

사랑을 아는

우리의 이웃을 기억하소서

 

보리떡 한 조각

된장국 한 그릇

썰렁한 저녁상 앞에서도

넉넉함을 느끼고

나눔을 아는

우리의 이웃을 위로하소서

 

낡은 양철지붕

여남은 평 채마 밭

비좁은 한자락 땅만으로도

풍족함을 느끼고

감사할 줄 아는

우리의 이웃을 지켜주소서

 

하나를 가진 저들의 기쁨은

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

아홉을 가진 우리들의 고통은

하나의 부족을 느낄 때 자랍니다

 

하나여서 소중하고

하나에도 감사하는

저들의 빈 잔에 축복을 내리소서

 

- 채워지지 않은 잔이 더 아름답다 -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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