*빈 잔에 축복을*
이 정옥
무명 단치마
인조 홑저고리
빛바랜 나들이 옷 한벌로도
따뜻함을 느끼고
사랑을 아는
우리의 이웃을 기억하소서
보리떡 한 조각
된장국 한 그릇
썰렁한 저녁상 앞에서도
넉넉함을 느끼고
나눔을 아는
우리의 이웃을 위로하소서
낡은 양철지붕
여남은 평 채마 밭
비좁은 한자락 땅만으로도
풍족함을 느끼고
감사할 줄 아는
우리의 이웃을 지켜주소서
하나를 가진 저들의 기쁨은
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
아홉을 가진 우리들의 고통은
하나의 부족을 느낄 때 자랍니다
하나여서 소중하고
하나에도 감사하는
저들의 빈 잔에 축복을 내리소서
- 채워지지 않은 잔이 더 아름답다 -